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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다 - PDBlue

터널을 지나다-PDBlue.mp3
作词 : 배재형 作曲 : 배재형 헤드라이터를 밝힌다...
作词 : 배재형
作曲 : 배재형
헤드라이터를 밝힌다

산을 깎아 만든 긴 터널이

통째로 연탄불 석쇠 위에 오른다

터널 안처럼 어둠과 밝음의 경계가 확연한

퇴근길 도심 한가운데 터널은

꽉 막힌 부글부글 창자 속이다



둥글게 말린 곱창이 구워져 가고

직장인들은 질문 같은 의자를 당긴다

잔불 앞에 앉은 옆자리 과장은

터널 안 켜지지 않는 낡은 전등의

내력에 대해 작게 중얼거린다

정물 같던 신입사원은 깜박이던 전등의

가계(家系)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쓸모없이 야윈 불빛에 대해,

잔명 같은 어둠이 이어가는

찬란한 직장에 대해 여전히 침묵이다



연기 가득한 곱창집 구석에서

직장인들은 정체구간처럼 한참을 지체하고,

꺼진 전등과 깜박이는 전등이 술잔을 부딪치며

터널 안 생면부지의 어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취기어린 고백을 거둔다



길고 둥근 터널이 검게, 혹은 누렇게 구워지고

함께 지나가는 생목(生木) 같은 어둠을 잘라낸다

조각난 터널 안에서 흘러내리는

여생(餘生)의 곱이 드러나면

이내 군침을 삼키며

각자의 접시 위 사연을 감춘다

잘린 어둠을 잘근잘근 씹어

소주 한 잔과 함께 우물거리며,

그렇게 간신히, 퇴근길 터널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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